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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주)플랜스
이름 (주)플랜스 등록일 2017.07.07

단언컨대 청와대는 서울에서 가장 비밀스러운 공간이다. 대통령의 일거수일투족이 관찰되고
국가 주요행사가 열리는 장소인 만큼 엄격한 통제 아래 부분적으로만 공개돼 왔다. 청와대 앞길도 예외는 아니다.
단순통행 목적이라 할지라도 모든 차량과 인원을 정지시키고 일제검문을 실시했다. 그랬던 청와대가 시민 편의
확대를 위해 6월 26일부터 앞길을 전면 개방했다. 1968년 1.21사태 이후 가로막혔던 그 길이 50년 만에 다시 열린 것이다.  

검문소는 더 이상 지나가는 시민들에게 방문 목적을 묻지 않는다.

 

검문소는 더 이상 지나가는 시민들에게 방문 목적을 묻지 않는다.

운치와 위엄의 공존, 청와대 앞길 산책

요즘 청와대 앞길은 한옥마을, 경복궁, 광장시장 등 주위 명소보다 훨씬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그야말로 '핫스팟'이다. 미지의 영역에 대한 시민들의 궁금증이 이토록 컸던 이유다. 정부가 청와대
앞길 개방과 함께 내세운 변화는 총 세 가지. 24시간 개방과 검문소 운영 개선, 그리고 청와대
방향 사진촬영 허용에 대한 부분이다. 따라서 청와대 앞길을 지나는 모든 사람들은 경호와 관련해
특별한 상황이 없는 경우, 별도의 검문을 거치지 않고도 24시간 내내 사진촬영과 산책을 즐길 수 있다.

50년 만에 전면 개방된 청와대 앞길

 

50년 만에 전면 개방된 청와대 앞길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단출해진 검문소다. 바리게이트와 라바콘으로 무장한 삼엄한 모습 대신 정복 경찰관
한 명이 교통 흐름을 관리하는, 한층 깔끔하고 친숙한 모습이다. 수많은 시민들과 차량이 검문소를 통과하는데
위압감이라고는 도무지 찾아볼 수 없다. 과거에는 청와대 정문으로 통하는 효자동, 삼청동 주변의 다섯 개
길목을 통제하고 정복 경찰관의 검문을 실시했었다. "어디 가십니까?"라는 물음에 대답하지 못하면
여지없이 발길을 돌려야 했다. 청와대를 그저 먼 곳으로만 여기던 시민들의 인식은 여기서부터 비롯됐다.

청와대 기자실 '춘추관' 

청와대 기자실 '춘추관'

검문소를 지나 비로소 미지의 영역에 닿으면 조선시대 궁의 운치와 대한민국 정부의 위엄이 공존하는 색다른
광경을 보게 된다. 삼청동에서 출발한다고 가정했을 때 왼쪽으로는 경복궁의 돌담이, 오른쪽으로는 청와대
건물이 놓인다. 여기서 청와대 건물을 조금 더 가까이 보고 싶은 마음에 오른쪽 인도로 길을 건너다간 제지를
당할 수 있다. 오른쪽 인도까지 청와대 경내로 간주하고 있으므로 도보 통행은 경복궁 쪽 돌담길로만 해야 한다.

청와대쪽 인도로 건너가려면 별도의 허가가 필요하다.

 

청와대쪽 인도로 건너가려면 별도의 허가가 필요하다.<사진제공·네이버지도>

 

청와대 앞길은 예상대로 정돈이 매우 잘 돼 있다. 키 크고 잘 생긴 소나무가 도처에서 반기고 이제 막 식재를
마친 꽃들이 존재감을 뽐낸다. 경치를 감상하며 발걸음을 옮기다 보면 춘추관, 연풍문, 청와대 정문, 분수대
광장을 순서대로 지나간다. 그중에서도 경복궁의 북문인 신무문은 청와대 정문이 보이는 곳으로, 누구나 꼭
한 번은 셔터를 누르고 지나가는 포토존이다. 뉴스에서만 보던 청와대가 눈앞에 펼쳐지니 그저 신기할 따름이다.

신무문에서 바라본 청와대 정문

신무문에서 바라본 청와대 정문

서울특별시 종로구 청와대로1. 고려시대부터 왕가의 별궁이 있던 이 자리에 대통령의 관저가 들어선 것은 1920년대 일이다. 일제강점기 조선총독부가 총독관저를 목적으로 지었으며 일본의 항복 이후 미군정시기에는 군정장관의 관저로 사용됐다. 1948년 8월 대한민국 단독 정부 수립 이후부터는 경무대(景武臺)라는 이름으로 불렸으나 1960년대부터는 '청기와 지붕 건물'이라는 뜻의 청와대(靑瓦臺)로 개명됐다. 청와대마저 외세의 침탈에 몸살을 앓았던 우리의 아픈 역사를 고스란히 겪어온 셈이다. 1993년에야 총독관저가 철거되었으니, 우리의 상처는 이제 막 아물어가고 있음이다.

신무문 앞 포토존에 사람들이 모여 있다사진 찍기 좋은 분수대 

[왼쪽/오른쪽]신무문 앞 포토존에 사람들이 모여 있다 / 사진 찍기 좋은 분수대

청와대는 초대 이승만 대통령부터 19대 문재인 대통령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국가원수의 일터이자 쉼터로 기능해왔다.
대통령과 그 가족이 생활하는 관저, 대통령이 집무를 보거나 외빈을 접견하는 본관, 외국의 대통령이나 수상을 맞이하는
영빈관, 다채로운 야외행사가 열리는 녹지원, 대통령의 기자회견 장소이자 출입기자들의 사무실인 춘추관이 대표적인
시설이다. 이렇게 스쳐가고 보니 청와대가 생각보다 우리 곁에 가까이 존재해왔음을 새삼 느낀다.

나무그늘이 있는 청와대 앞길

나무그늘이 있는 청와대 앞길

산책의 마무리는 청와대 사랑채에서

청와대 앞길은 800m 남짓으로 천천히 산책하는데 30분이 채 걸리지 않는다. 남녀노소 누구나 담소를 나누며 쉽게
걸을 수 있는 코스다. 길 끝에는 넓은 분수광장과 카페를 갖춘 청와대 사랑채가 위치해 있어 더위를 식히며 쉬어가기 좋다.

청와대 사랑채 1층 전시실

 

청와대 사랑채 1층 전시실

청와대 사랑채는 한국문화와 역대 대통령의 발자취를 돌아볼 수 있는 종합홍보관이다. 지상 2층 규모이며
간단하게 둘러볼만한 전시품들이 많다. 그중에서도 1층에서 열린 기획전 ‘2017-2018 한국인이 꼭 가봐야
할 한국관광 100선’은 내‧외국인의 관심을 모으기에 충분했다. 각 권역별 관광자원을 사진으로 소개하고
해당 여행지에 대한 설명은 리플렛에 담아 놓는 식이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올해 초 33개
관광지를 신규 선정한 만큼 새로운 장소를 찾아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꼼꼼히 둘러보고 난 후에는 스탬프를
찍거나 거대한 포토월에서 인증샷을 찍는 것으로 아이투어를 마무리한다. 기획전은 올해 7월 23일까지 이어지며
사전예약 없이 누구나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이외에도 대통령 집무실을 재현한 포토존과 VR을 이용해 청와대
내부로 들어가 볼 수 있는 가상현실존이 젊은 층으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었다.

<사진출처: 해외문화홍보원 / 자료출처: 한국관광공사 구석구석 떠나볼까>